제 어머니는 담낭천공으로 쓰러지셔서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투병하시다가 지난 토요일인 대장암을 주 주원인으로 소천하셨습니다. 혼신을 다해 어머니를 돌보았던 지난 3년여의 시간을 뒤돌아봅니다.
2020. 12. 31. 어머니는 담낭천공을 원인으로 저혈압이 오면서 패혈증으로 쓰러지셨습니다. 쓰러지기 한달쯤 전부터 식욕이 없고, 다리에 부종이 생기는 등 조짐이 좋지 않아 동네 병원에서 검사 및 진료를 받았으나,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. (이 때, 즉 담낭이 찢어지지 않았을 때 복부 CT를 한번 찍어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.)
아주대병원에서 겨우 겨우 패혈증을 극복하고 죽음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왔습니다. 그러나 이후 어머니는 와상상태가 되셨고, 지난 주 토요일 돌아가시기까지 본인의 다리로 단 한걸음도 걸어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시고야 말았습니다.
저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어머니를 돌보았고, 나머지 남매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저의 생활비에 보태주었고, 병원비를 감당해 주었습니다. 그 때는 이렇게나 긴 시간을 투병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.
아주대 병원에서 퇴원한 후 체력이 고갈된 어머니는 계속하여 설사, 장염에 시달렸고, 내시경을 하다가 대장암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.
아**병원과 성***병원은 걸어다니지도 못하고, 체력도 바닥이 난 고령의 어머니를 수술해 주지 않았습니다. 큰 병원에 가면 수술을 해 줄까해서 분당***병원까지 와상상태의 어머니를 차에 태워서 문턱이 닳도록 다녔습니다. 그러나 분당***병원에서도 수술은 불가하다는 선언을 듣고야 말았습니다.
수술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나머지 투병생활이 괴롭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. 지난 2년 여 동안 경기도 의료원 수원 병원 외과 김민수 과장님과 내과 김정연과장님,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들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.
하루는 어머니의 오른쪽 상복부에 여드름처럼 생긴 뾰루지가 생기고 주변이 불룩해져서 외과진료를 받았습니다. 과장님은 그것의 정체가 담낭이 찢어졌을 때 빠져나온 결석들이 복벽에 있다가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하며, 그 돌들을 뽑아내는 처치를 해 주셨습니다. 저는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. 그 동안 아**병원, 성***병원, 분당***병원을 1년 반 이상 다녔고, 복벽에 고름이 찼을 때 마다 고름관을 달아서 빼내는 처치를 수차례 경험 했지만, 그 원인을 설명 해 주는 병원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. 김민수 과장님은 훌륭한 의술 뿐만 아니라 알아듣기 쉬운 설명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훌륭한 마음씨를 가진 분이십니다.
주말에 어머니께서 아프실 때 할 수 없이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되면 응급실선생님들께서 김민수 과장님에게 전화를 하여 환자에 대하여 물어보시게 되는데, 그 때마다 휴일임에도 업무의 연장선에서 응대해 주시는 것이 송구스럽기 그지 없었고, 또 감사했습니다.
어머니의 상태가 갑자기 위중하게 되어 투석을 하기로 결정한 날, 퇴근 시간이 임박한 시간이어서 여의치 않았음에도 김민수 과장님과 김정연 과장님 이 두 선생님께서 퇴근을 자진 반납하시고 즉각 처치 해 주셔서 위기를 넘기고 또 얼마간의 생애를 덤으로 사실 수 있었습니다. 저와 저의 가족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.
또한 어머니께서 가정간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조치 해 주셨고, 담당 간호사님들 역시 훌륭한 의술을 넘는 따뜻한 보살핌을 주셨습니다. 일주일에 1~2회 외과진료를 모시고 가고, 또 일주일에 1~2회 가정간호를 받는 촘촘한 의료서비스 덕분에 어머니는 3년이 넘는 행복한 투병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. 모두 수원의료원 의료진 여러분들 덕분입니다.
2024년 어머니는 또 한번의 설날을 무사히 맞이하셨고, 아쉽게도 벚꽃이 피는 봄날은 함께하지 못하시고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. 벚꽃이 피는 계절이 올 때마다 "어머니가 새로 피는 벚꽃을 보시면 좋겠다."고 바래주신 김민수 선생님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.
외과 김민수 과장님과 내과 김정연 과장님, 가정간호사 선생님 여러분(특히 김유라 선생님), 원무과 직원 여러분, 주사실에 방문 할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주신 간호사선생님, 병동 선생님 여러분, 중환자실 선생님 여러분, 그리고 여기에 미처 다 열거하지 못한 수원의료원 의료진 여러분께 깊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. 마음 속 깊이 오랫동안 여러분들의 따뜻한 의술을 기억하겠습니다.